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이 대우건설과의 시공 계약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2025년 4월 27일 임시총회에서 조합원 852명 중 439명이 계약 유지에 찬성했고, 402명이 해지에 찬성했습니다. 표차는 37표, 비율로는 52.2%대 47.8%. 이걸 “갈등이 끝났다”고 볼 수 있을지는, 숫자를 조금 더 들여다봐야 답이 나옵니다.
852명 중 439명, 숫자로 보면 이렇다
한남2구역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를 재개발하는 사업입니다. 대우건설이 2022년 11월 5일 경쟁입찰로 시공사에 선정됐고, 이번 투표는 이 계약을 그대로 유지할지 묻는 자리였습니다.
결과는 이렇습니다.
계약 해지 찬성 402표
기권 11표
합계 852표
기권을 뺀 유효표(841표) 기준으로 계산하면 찬성률은 52.2%입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5조에 따라 총회 의결은 조합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지는데, 이 기준으로 보면 딱 과반을 조금 넘긴 수준입니다. 압도적 신임이라고 부르기엔 애매한 숫자입니다.

애초에 왜 다시 투표까지 갔나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2023년 9월에도 한 차례 재신임 투표가 있었고, 그때는 찬성 414표 대 반대 317표로 유지가 결정됐습니다. 1년 6개월 만에 같은 안건이 다시 총회에 올라온 겁니다.
발단은 대우건설이 수주 당시 내걸었던 공약이었습니다.
한남뉴타운은 남산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건물 높이가 90m 이하로 묶여 있는 지역입니다. 대우건설은 이 고도 제한을 118m까지 완화받아, 기존 14층 설계를 최고 21층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하며 시공권을 따냈습니다. 이른바 ‘118 프로젝트’입니다.
그런데 서울시가 남산 경관 보호를 이유로 고도 완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 공약은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대안으로 조합이 추진한 2블록과 3블록 사이 관통도로 폐지안도 서울시가 한남지구 전체 도로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반대해 진전되지 못했습니다.
두 가지 공약이 연이어 막히자 조합원들은 갈라졌습니다. “애초에 지킬 수 없는 조건으로 수주한 것 아니냐”는 불신이 쌓인 쪽과, “그래도 지금 와서 바꾸는 게 더 손해”라고 보는 쪽으로요.

“바꾸면 손해”라는 계산과 “약속을 어겼다”는 불신
시공사 교체를 원했던 쪽의 논리는 명확했습니다. 118m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상 대우건설을 믿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유지를 택한 쪽은 손실 계산을 앞세웠습니다. 서울경제는 시공사를 바꿀 경우 추가 공사비 재산정분 2,015억원, 인허가 용역비 180억원, 국공유지 매입 브리지론 지연배상금 503억원까지 합쳐 약 2,698억원의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업 지연 기간도 최소 1년에서 1년 6개월로 예상됐습니다.
더팩트 보도에 따르면 PF 대주단 쪽에서도 목소리를 냈습니다. 투표 한 달 전 1,680억원 규모 자금을 새로 조달한 상황에서 시공사를 바꾸면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리처분인가를 앞둔 시점에 시공사 공백이 생기면 인가 자체와 이후 이주 절차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더해졌습니다.
투표 직후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를 지지해주신 조합원도 많지만 반대하신 분도 많았다는 점을 상기하고 그분들 마음 역시 헤아리겠다. 한남2구역을 반드시 한남뉴타운의 최고의 단지로 만들도록 정말 열심히 노력하겠다.”
이번 투표는 “누가 옳았나”보다는 “지금 바꾸는 게 실익이 있나”라는 실용적 질문에 조합원 절반을 조금 넘는 인원이 “아니다”라고 답한 결과에 가깝습니다.

52%는 종료의 숫자일까, 봉합의 숫자일까
여기서 짚어볼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1차 투표(2023년 9월) 때 찬성률은 731표 기준 56.6%였습니다. 이번 2차 투표에서는 52.2%로 더 낮아졌습니다.
같은 시공사를 두고 두 번째 재신임을 받았는데, 지지율은 오히려 좁아진 셈입니다. 대우건설에 대한 신뢰가 시간이 갈수록 회복된 게 아니라, 조금씩 더 얇아지고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갈등의 근본 원인, 그러니까 118m 고도 제한 완화와 관통도로 폐지 문제 자체는 이번 투표로 해결된 게 아닙니다. 서울시 입장이 바뀌었다는 소식은 아직 없습니다. 실제로 2026년 5월 30일 열린 조합장 선거에서도 두 후보(박흥순, 윤주필)가 나란히 “118 페널티 반영”과 “118 보상안 사수”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투표가 끝난 지 1년이 넘도록, 조합 내부에서는 여전히 118 문제가 가장 뜨거운 화두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이번 재신임투표는 갈등을 끝낸 결정이라기보다, 당장의 손실을 피하기 위해 봉합한 결정에 가깝습니다. 근소한 찬성률과 계속 이어지는 118 논쟁이 그 근거입니다.

한남뉴타운 안에서 2구역의 위치
한남뉴타운은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과 가깝고, 북쪽으로 남산·남쪽으로 한강을 함께 조망할 수 있는 입지입니다. 동부이촌동,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같은 기존 부촌과도 맞닿아 있어 “강북의 압구정”으로 불리며 강남3구 대안 입지로 거론됩니다. 실제로 한남뉴타운 일대 프리미엄은 2026년 초 10억원대에서 최근 12억~14억원대까지 오른 것으로 보도됐고, 한강 조망권을 갖춘 30평형은 시세가 20억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습니다.
이 안에서 5개 구역의 속도는 제각각입니다.
1구역은 과거 사업 지연과 정비구역 해제 논란을 겪으며 가장 뒤처져 있다가, 최근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재정비가 추진되는 단계입니다. 3구역(디에이치 한남, 현대건설)이 가장 앞서 있습니다. 철거가 90% 끝나 이르면 2026년 말 분양을 목표로 하고, 5,988가구 규모로 지어집니다. 4구역(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은 최근 주요 인허가를 통과해 조합원 분양 신청에 들어갔고, 5구역(아크로 한남)은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아 연내 관리처분인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구역은 이 사이 어디쯤입니다. 2026년 5월 13일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가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수정가결하면서, 공공주택 197세대를 포함한 총 1,311세대로 계획이 확정됐습니다. 2026년 1월부터 이주 절차를 시작해 연내 이주를 마치고, 2027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3~5구역보다는 한 박자 늦지만, 가장 지연된 1구역보다는 앞서 있는 위치입니다.
이번 재신임 가결로 얻은 건 결국 이 일정을 지킬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시공사를 다시 바꿨다면 2027년 착공 목표 자체가 흔들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공사 선정 절차나 개별홍보 규정이 왜 문제가 되는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재건축 조합원이 알아야 할 것(4) 시공사 선정과 재초환에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 정비사업에서 시공사·신탁사를 둘러싼 갈등이 봉합되는 방식은 한남2구역만의 일이 아닙니다. 비슷한 사례로 분당 양지마을 재건축, 신탁사 교체 갈등으로 왜 멈췄나도 참고할 만합니다.
봉합과 종료 사이
한남2구역은 두 번째 재신임투표 끝에 대우건설과의 계약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852명 중 439명, 52.2%라는 숫자는 갈등이 해소됐다기보다 당장의 손실을 피하기 위해 봉합됐다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118m 고도 제한 완화와 관통도로 폐지라는 원래 갈등의 뿌리는 아직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조합장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여전히 이 문제를 공약 1순위로 내세우고 있다는 사실이 그 증거입니다.
다만 계약 유지 덕분에 2027년 하반기 착공이라는 일정만큼은 지킬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한남뉴타운 5개 구역이 23년 만에 동시에 속도를 내는 지금, 2구역이 이 흐름에서 낙오하지 않았다는 점 하나는 분명한 성과입니다.
“시공사를 지킨 게 아니라, 시공사를 바꿀 여유가 없었던 것에 가깝다.” 52.2%라는 숫자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문장은 아마 이것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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