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85가구, 성남 최대 규모 정비사업지로 꼽히는 상대원2구역 재건축이 반년 넘게 제자리다.
조합장은 이미 해임됐다.
그런데도 사업은 멈춰 있다.
정확히는 조합장 해임과는 별개로, 새 시공사로 뽑은 GS건설의 선정 자체가 법원 판단으로 두 차례나 흔들렸기 때문이다.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일대 4,885가구 재개발 사업, 상대원2구역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순서대로 정리해본다.
갈등은 두 갈래에서 동시에 터졌다
상대원2구역은 원래 2015년 DL이앤씨(옛 대림산업)를 시공사로 선정하며 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조합이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적용을 요구했고, DL이앤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조합은 2026년 초부터 새 시공사 선정을 추진했고, 3월 7일 GS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면서 갈등의 첫 번째 축이 만들어졌다.
두 번째 축은 따로 있었다.
3월 13일, 경찰이 조합 사무실과 조합장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특정 마감재 업체로부터 이권 제공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였다. 이 사건 하나로 조합원들의 신뢰가 무너졌고, 조합장 해임 움직임에 불이 붙었다.
브랜드를 둘러싼 시공사 갈등과 조합장 개인 비리 의혹.
전혀 다른 두 문제가 같은 시기에 겹치면서, 상대원2구역은 한 번이 아니라 두 개의 총회를 동시에 치러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조합장 해임, 두 번째 시도에서야 성사됐다
많은 사람들이 “상대원2구역 조합장 해임총회가 무산됐다”고 알고 있지만, 정확히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첫 번째 해임 시도는 실제로 무산됐다. 4월 4일 임시총회에서 조합장과 이사 2인 해임안이 가결됐지만, 조합장 측이 “7일 전 장소변경 고지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서면철회서 815장 접수를 거부당했다”며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이 신청이 인용되면서 조합장은 그대로 직위에 복귀했다.
두 번째 시도는 결과가 달랐다.
당초 4월 30일로 예정됐던 해임총회는 혼란 수습을 이유로 5월 9일, 5월 14일을 거쳐 5월 22일로 계속 미뤄졌다. 조합 관계자는 서면결의서가 기대만큼 걷히지 않아 정족수 확보가 불확실했다는 점을 연기 사유로 들었다.
5월 22일 열린 총회에는 전체 조합원 2,269명 중 1,143명이 참석했다(서면결의 687명, 전자투표 452명, 현장투표 4명). 참석자의 98%가 넘는 1,125명이 조합장과 집행부(감사 2인, 이사 8인) 해임에 찬성했다.
전체 조합원 과반이 참석한 만큼 총회 성립 요건도 갖췄다.
이번엔 뒤집히지 않았다. 상대원2구역은 현재 신현수 조합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즉 “해임총회 자체가 무산됐다”는 표현은 4월의 1차 시도에만 해당하고, 5월의 2차 시도는 정족수를 채워 조합장 해임을 확정지었다는 게 정확한 사실관계다.

진짜 발목을 잡은 건 시공사 선정 총회였다
조합장 해임과 별개로, 상대원2구역을 더 오래 붙잡아 둔 건 시공사(GS건설) 선정 총회다. 여기서는 정족수 문제가 두 번 연속으로 발목을 잡았다.
도시정비법상 일반 총회는 조합원 과반수 출석이면 성립한다.
하지만 시공자 선정 총회는 기준이 더 까다롭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라 조합원 과반이 총회장에 직접 출석해야 하고, 서면결의서나 전자투표로 의사를 밝힌 조합원은 그 결의서를 철회하고 현장에 직접 나와야만 “직접 출석자”로 인정된다.
이 기준에 상대원2구역이 두 번 다 걸렸다.
1차: 4월 11일 총회. DL이앤씨와의 계약 해지 안건은 1,205명 참석, 1,101명 찬성으로 무난히 가결됐다. 그런데 GS건설 신규 선정 안건은 달랐다. 정족수 기준 1,135명이 필요했지만 실제 참석은 1,120명, 딱 15명이 모자랐다. 안건은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총회가 끝났다.
2차: 5월 30일 총회. 조합은 다시 총회를 열었고, 이번엔 GS건설 선정 안건이 1,108명(96%) 찬성으로 가결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DL이앤씨가 곧바로 “서면결의서 위조, 철회서 제출 거부, 밀실 진행으로 얼룩진 무효 총회”라며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7월 31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5민사부는 DL이앤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이 밝힌 근거는 이렇다. 전체 조합원 2,268명 기준 필요 인원은 1,135명. 의사록상 직접 출석은 1,137명으로 기록됐지만, 재판부는 이 중 명부 서명 후 총회장을 떠난 조합원(CCTV로 확인), 본인 대신 제3자를 보낸 조합원, 대표조합원 변경 신고가 적법하지 않은 대리인, 이렇게 세 명을 출석 인원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유효 직접 출석자는 1,134명.
필요 인원보다 딱 1명이 부족했다.
법원은 여기에 더해 본인 확인 절차 부실(마스크·선글라스 착용자를 제지하지 않음), 참석자 관리 미흡, 서면철회서 51장의 효력 논란까지 지적하며 GS건설 선정을 포함한 총회 결의 7건 전체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DL이앤씨는 이 결정으로 시공사 지위를 다시 회복했다.
한 명 차이로 1조 9천억원대 사업의 시공사가 갈렸다는 사실은, 시공자 선정 총회의 정족수 요건이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시공사 선정 절차 자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개별홍보가 왜 금지되는지 같은 기본 구조가 궁금하다면 재건축 조합원이 알아야 할 것(4) 시공사 선정과 재초환에서 더 자세히 다룬 적이 있다.

양측 주장은 여전히 팽팽하다
같은 사건을 두고 조합 안팎의 시선은 정반대로 갈린다.
DL이앤씨는 시공사 지위 회복을 반기며 사업 정상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확정공사비 평당 682만원, 착공 미이행 시 세대당 3,000만원 보상 등의 조건을 다시 앞세우는 중이다.
GS건설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확정공사비 평당 729만원, 8월 내 착공, 손해배상금 200억원 부담, 조합이 요구한 일반분양가(4,500만원) 수용 등을 조건으로 내걸며 “적극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신현수 직무대행 체제와 비상대책위원회는 조합장 비리 의혹과 절차 하자를 근거로 해임·시공사 재선정을 밀어붙였던 쪽이다. 반면 前 조합장 측은 두 차례 해임총회 모두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맞서며,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잔다르크도 마녀도 아니다”라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법원 가처분은 어디까지나 본안소송 전 임시 조치다.
조합의 항고나 본안소송 결과에 따라 지금의 구도가 다시 바뀔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정비사업 조합에서 시공사가 몇 달 만에 다시 바뀌는 일이 낯설지는 않다 — 분당 양지마을 재건축, 신탁사 교체 갈등으로 왜 멈췄나에서 다룬 사례처럼, 사업 주체가 흔들리면 절차 하나하나가 법적 다툼의 빌미가 되기 쉽다.
성남 정비사업 지도에서 상대원2구역의 위치
상대원2구역의 정체가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바로 옆 구역들이 순조롭게 앞서가고 있어서다.
성남시는 2026년 8월 31일 수진2·태평2·4·산성·단대·상대원1·3구역 등 5곳의 정비구역 지정을 공식 고시했다. 총 1만3,505세대 규모이고, 이 중 상대원1·3구역(10만3,904㎡, 2,270세대)은 정비구역 지정을 약 11개월 만에 마쳤다.
이미 시공사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정했던 상대원2구역이 오히려 뒤처지는 모양새다.
태평1·은행1·금광2구역도 2027년 1분기 내 정비계획 수립과 구역 지정을 목표로 뒤따르고 있어, 상대원2구역의 내홍이 길어질수록 인근 사업장에 “정비사업 리스크” 사례로 언급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지금 시점에서 확실한 건 두 가지다.
조합장은 해임됐고, 신현수 직무대행 체제가 조합을 이끌고 있다. 그리고 시공사는 법원 결정으로 DL이앤씨가 임시로 지위를 회복한 상태다.
다만 이게 최종 결론은 아니다.
GS건설 선정 측이 항고하거나, 정족수 요건을 보완해 총회를 다시 여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법적 공방이 길어질수록 착공은 그만큼 밀릴 수밖에 없고, 업계에서는 GS건설이 이미 납부한 입찰보증금 300억원의 몰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6월 초까지만 해도 코리아데일리는 “새 파트너를 만나 사업 정상화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전했었다.
하지만 이는 7월 31일 법원 결정 이전의 이야기다. 지금 기준으로는 조합장 해임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시공사 자리를 둘러싼 법적 다툼은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결국 상대원2구역이 보여주는 건 이런 사실이다.
해임총회 하나를 통과시키는 것과, 1조 9천억원짜리 시공 계약을 정족수 요건까지 흠결 없이 통과시키는 건 완전히 다른 난이도의 문제라는 것.
정리하면
- 갈등의 발단은 두 갈래다. DL이앤씨와의 브랜드(‘아크로’) 이견으로 시작된 시공사 교체 추진, 그리고 조합장 금품수수 의혹.
- 조합장 해임은 4월 1차 시도에서 무산(가처분 인용)됐다가, 5월 22일 2차 시도에서 98% 찬성으로 확정됐다. 현재 신현수 직무대행 체제.
-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건 시공사(GS건설) 선정 총회다. 4월 11일엔 15명, 5월 30일 총회는 법원 판단상 1명이 부족해 두 번 다 좌절됐다.
- 7월 31일 법원 결정으로 DL이앤씨가 시공사 지위를 임시 회복했지만, 이는 본안소송 전 가처분 조치라 최종 결론은 아니다.
- 인근 상대원1·3구역이 순조롭게 정비구역 지정을 마친 것과 대조적으로, 상대원2구역은 법적 다툼으로 사업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조합장 한 명을 해임하는 것보다, 시공사 한 곳을 흠결 없이 선정하는 게 더 어려운 재건축 사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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