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글로벌 계약해지 3연속, 정비사업 공사비 갈등의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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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글로벌이 2026년 한 해 동안 부산 만덕3구역(4월), 대전 가오동1구역(5월), 부산 하단1구역(7월)에서 잇달아 시공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습니다. 세 곳 모두 해지를 통보한 쪽은 조합이었고, 규모를 합치면 3,527억원에 달합니다.

한 회사가 넉 달 사이 세 번, 그것도 매번 발주처로부터 계약을 해지당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공사비 갈등이야 요즘 정비사업 현장 어디서나 나오는 얘기지만, 유독 한 건설사에서 이렇게 반복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게 코오롱글로벌만의 특수한 사정인지, 아니면 정비사업 조합이라면 어디서든 겪을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인지 짚어보겠습니다.

코오롱글로벌 정비사업 3개 구역 계약해지 타임라인 비교표

넉 달 사이 세 번, 무슨 일이 있었나

시작은 부산 만덕3구역이었습니다.

2020년 12월 최초 도급계약을 맺은 이 사업장에서, 조합은 2026년 4월 3일 계약 해지 공문을 코오롱글로벌에 보냈습니다.

규모는 904억 6,000만원.
조합은 코오롱글로벌이 요구한 공사비 증액 폭이 과도하다고 주장했고, 코오롱글로벌은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한 달여 뒤인 5월 8일, 이번엔 대전 가오동1구역 조합이 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2021년 4월 계약을 체결했던 사업장으로, 해지 규모는 1,454억원. 코오롱글로벌은 “발주처의 계약 해지 통보에 따라 공시하는 건으로, 법률 검토 후 대응할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습니다.

그리고 7월 22일, 부산 하단1구역.

2024년 새로 수주했던, 앞의 두 곳보다 계약 기간이 훨씬 짧은 사업장입니다. 해지 규모는 1,167억 8,799만원, 코오롱글로벌 전년도 연결 매출의 4.35~4.38% 수준입니다.

세 사업장 중 유일하게 이 구역에서만 나온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단1구역 조합장은 이렇게 밝혔습니다.

“코오롱글로벌이 지난해 9월부터 사업비 대여를 거부한 데다 과도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해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졌다”

공사비 증액 이견만이 아니라, 조합 운영에 필요한 사업비 대여금까지 끊겼다는 얘기입니다. 코오롱글로벌 측은 “계약상 절차에 따라 관련 사항을 검토해 왔으며, 사업계획 변경 등에 따른 공사비 조정 필요성도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조합과 코오롱글로벌의 입장 차이를 보여주는 인용 강조 박스

해지를 통보한 건 조합이었다, 그런데 왜

세 사업장 모두 형식적으로는 조합이 계약을 끝냈습니다.

하지만 형식과 실질은 다를 수 있습니다.

조합이 먼저 등을 돌린 이유가 결국 코오롱글로벌이 제시한 조건(공사비 인상폭, 사업비 대여 여부)을 받아들이지 못해서라면, “누가 관계를 끝냈는가”와 “누구 때문에 끝났는가”는 별개의 질문입니다.

세 곳 모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는 공사비 증액입니다.
만덕3구역도, 가오동1구역도, 하단1구역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온 건 결국 같은 문제였습니다.

코오롱글로벌이 세 번 다 물러서지 않은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어 보입니다.

왜 코오롱글로벌에서만 반복될까, 원가율 방어의 이면

코오롱글로벌 건설부문 원가율은 한때 98.3%까지 치솟은 적이 있습니다. 공사비 100원을 받으면 98원 넘게 원가로 나간다는 뜻입니다. 전년 동기(91.5%) 대비 5.3%포인트나 뛴 수치였습니다.

이후 회사는 원가관리팀을 신설하는 등 자체적으로 원가율을 낮추는 데 나섰고, 2026년 1분기엔 89.5%까지 개선했습니다. 전년 동기(91.4%) 대비 1.9%포인트 낮아진 겁니다.

이 흐름 위에서 보면, 세 사업장의 계약 해지는 우연이 아니라 방향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손해를 감수하며 공사를 끌고 가느니, 계약이 깨지는 한이 있어도 원가에 맞지 않는 조건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노선입니다.

회사 재무 상황을 보면 이 판단이 더 이해가 됩니다.

2026년 상반기 코오롱글로벌은 매출 1조 3,817억원, 당기순이익 431억원으로 전년 동기(순손실 571억원)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35억원으로 순유출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630억원)와 비교하면 765억원이나 악화된 셈입니다. 순이익은 흑자인데 현금은 빠져나가는 구조, 이 괴리를 만드는 건 아직 현금화되지 않은 미수금(5,431억원)과 미청구공사(3,061억원), 합쳐서 8,492억원입니다.

부채비율은 322~347% 선을 유지하고 있고, 순차입금비율은 지난해 말 96%에서 올해 상반기 104%로 올라섰습니다. 상반기 이자비용(357억원)은 영업이익(742억원)의 48.1%를 갉아먹었습니다.

여기에 PF(프로젝트파이낸싱) 보증 규모가 9,620억원, 자기자본 대비 133.1%에 달한다는 점도 걸립니다. 외부감사인은 이를 “유의적인 비중”이라고 짚었습니다. 일부 PF 약정에는 시공사 신용등급이 A3- 밑으로 떨어지면 조기상환에 들어간다는 조항이 걸려 있는데, 현재 코오롱글로벌 신용등급은 A3+입니다.

여유가 넉넉한 구간은 아닙니다.

이런 재무 구조 위에서는, 공사비가 안 맞는 계약을 붙잡고 있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 있습니다.

코오롱글로벌 원가율과 현금흐름 핵심 포인트 카드

코오롱글로벌만의 일인가, 업계 전체의 신호인가

여기서 시각이 갈립니다.

한쪽은 “코오롱글로벌만의 이례적 패턴”이라고 봅니다. 1군 대형 건설사 중에서 재건축 사업장 세 곳에서 연달아 시공자 지위를 잃은 건 코오롱글로벌이 유일하다는 지적입니다. 업계에서는 “시공사 자격 박탈 자체가 큰 마이너스 요인”이며, “중도포기 기업이라는 낙인이 향후 대형 프로젝트 입찰에서 신뢰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다른 쪽은 다르게 봅니다. 공사비 갈등에 따른 계약 해지가 코오롱글로벌만의 특수한 사정이 아니라는 시각입니다.

같은 시기 대우건설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서울 서초구 강남원효성빌라 재건축(3,387억원 규모)에서 2026년 7월 28일 조합으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고, 8월 2일 공시됐습니다. 이번엔 공사비가 아니라 마감재 수준이 쟁점이었습니다. 대우건설은 “조합이 공사비는 올려주지 않으면서 최고급 마감재 사용을 일방적으로 요구했다”고 주장했고, 조합은 “기존 확정 공사비(평당 약 1,550만원) 안에서 모든 조건이 반영돼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대우건설은 소송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GS건설도 2023년 11월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시공계약을 해지당한 전례가 있습니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확정한 공사비는 3.3㎡당 650만원이었는데, 2026년 4월 새 시공사로 선정된 한화 건설부문과는 3.3㎡당 72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시공사를 바꾸면 더 나은 조건을 받을 거라는 기대와 반대되는 결과입니다.

이보다 훨씬 오래된 선례도 있습니다. 서초구 방배5구역은 2017년 3월 기존 시공단과 계약을 해지하고 그해 9월 현대건설을 새 시공사로 선정했는데, 손해배상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7년 넘게 이어지다 2024년 말에야 525억원의 합의금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이 갈등의 배경에는 숫자로 확인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2020년 이후 소비자물가는 18.4%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건설공사비지수는 33.7% 올랐습니다.

물가 상승 속도의 거의 두 배입니다.

계약 체결 당시 확정한 공사비는 그대로인데, 자재비와 인건비는 그보다 훨씬 빠르게 뛰어버린 구조. 이게 전국 정비사업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갈등을 만드는 근본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사비 갈등 자체는 업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입니다. 다만 한 회사에서, 한 해에, 세 번씩 반복된다는 빈도는 코오롱글로벌만의 특이점으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두 시각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업계 전체가 앓는 병을 코오롱글로벌이 유독 세게 앓고 있다, 정도가 더 정확한 그림에 가깝습니다.

계약해지, 조합엔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여기서부터는 부산·대전이 아니라 어느 지역 조합이든 알아둘 만한 얘기입니다.

가장 먼저 짚을 건, 시공사를 바꾼다고 공사비가 내려간다는 보장이 없다는 겁니다.

상계주공5단지가 그 사례입니다. 계약 해지 후 새로 뽑은 시공사와의 공사비가 오히려 더 올랐습니다(3.3㎡당 650만원 → 720만원). 업계에서도 “공사비가 오른 상황에서 다른 시공사를 찾는다고 더 좋은 조건을 받을 수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두 번째로 짚을 건, 계약 해지 자체보다 그 이후 법적 분쟁이 조합에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방배5구역처럼 손해배상 소송이 7년 넘게 이어지고 수백억원대 합의금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우건설이 강남원효성빌라 건에서 소송을 예고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코오롱글로벌의 세 사업장 역시 지금까지는 “법률 검토 후 대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나온 상태라, 실제로 소송으로 이어질지, 새 시공사 선정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는 아직 지켜봐야 합니다. 세 사업장 각각 새 시공사가 정해졌는지는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별도 보도가 확인되지 않아, 진행 상황이 궁금하다면 각 조합 공지나 총회 자료를 직접 확인하시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지금 다른 지역에서 정비사업을 진행 중인 조합이라면, 이번 사례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시공사의 원가율과 재무 구조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그리고 계약서상 공사비 조정 조항이 물가·자재비 변동을 어떻게 반영하도록 돼 있는지.

시공사 선정 절차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다룬 글에서도 짚었듯, 시공사를 뽑는 순간의 조건이 준공 시점의 부담으로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 체결 당시엔 문제없어 보였던 공사비가, 몇 년 뒤 물가가 뛰면 갈등의 씨앗이 되는 구조는 코오롱글로벌 사례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건설공사비지수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비교 그래프

세 번의 계약해지가 남긴 것

만덕3구역, 가오동1구역, 하단1구역.

세 사업장의 공통점은 공사비였고, 차이점은 하단1구역에서 사업비 대여금 문제까지 얹혔다는 정도였습니다.

코오롱글로벌은 원가율을 지키는 쪽을 택했고, 그 대가로 세 건의 계약을 잃었습니다. 이게 회사 입장에서 맞는 선택이었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판가름 날 문제입니다. 다만 정비사업 조합 입장에서는, 시공사를 정할 때 브랜드나 공사비 조건만큼이나 그 회사의 재무 체력을 함께 봐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건설공사비지수가 물가 상승 속도의 두 배로 뛰는 시기입니다.

지금 계약서에 적힌 숫자가 몇 년 뒤에도 유효할 거라고 믿는 건, 어쩌면 너무 순진한 가정일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 공사비 갈등에 계약 해지 잇따라···코오롱글로벌 정비사업 ‘몸살’, 뉴스웨이
  • [마켓파워] 코오롱글로벌, 올해 재건축 3개 사업장서 시공사 지위 상실…원가율 방어 노선 고수, 아시아투데이
  • 코오롱글로벌, 904억 규모 부산 재건축사업 계약 해지, FETV
  • [ND 공시] 코오롱글로벌, 부산 하단1구역 재건축사업 계약해지, 뉴스드림
  • 코오롱글로벌, 1454억 대전 가오동 재건축 계약 해지, 블로터
  • 공사비 갈등에 대우·GS·코오롱, ‘계약 취소’…도시정비 곳곳 ‘잡음’, 인사이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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