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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동 재건축 통합심의, 13단지는 보류 6단지는 통과한 이유

    목동 재건축 통합심의, 13단지는 보류 6단지는 통과한 이유

    같은 목동 신시가지 안에서도 재건축 속도가 단지마다 확연히 갈리고 있습니다. 목동6단지는 2026년 5월 28일 14개 단지 중 최초로 서울시 통합심의를 통과했고, 두 달여 뒤인 7월 30일에는 목동13단지가 반대로 최초의 보류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8월 26일에는 목동7단지가 통합심의를 접수하며 6단지 뒤를 바짝 쫓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지구단위계획, 같은 심의 절차를 적용받는데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통합심의라는 제도 자체가 단지마다 다르게 작동하는 게 아닙니다. 6단지는 서울시가 정한 배치 가이드라인에 맞춘 설계로 통과했고, 13단지는 그 가이드라인과 어긋난 배치안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7단지는 원래 계획보다 서류 준비를 앞당기며 속도를 냈습니다. 즉 제도의 차별이 아니라 단지별 설계·행정 준비 상황의 차이가 지금의 속도차를 만들고 있습니다.

    통합심의 제도 설명 - 개별심의 1.5~2년과 통합심의 6개월 비교, 건축·경관·교통·환경·교육·재해 6개 분야

    목동 재건축, 지금 무슨 일이 있었나

    목동신시가지아파트는 1985~1988년 사이 조성된 계획도시로, 서울 서남권 인구 분산을 위해 지어진 1~14단지, 약 2만6,629세대 규모의 대단지입니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최고 49층, 총 4만7,000여 세대 규모로 재편될 예정입니다.

    넓은 동간 거리와 학교·공원 중심 배치가 조성 당시부터의 특징이었고, 이 배치 덕분에 양천구 일대는 대치동과 함께 서울 사교육 1번지로 꼽히는 “학군 성지”가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학교·공원 중심 배치가 재건축 통합심의에서도 핵심 변수로 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2026년 8월 말 기준으로 목동 재건축에서 벌어진 일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5월 28일 — 목동6단지, 14개 단지 중 최초로 서울시 통합심의 통과 (조건부 의결)
    • 7월 30일 — 목동13단지, 14개 단지 중 최초로 통합심의 보류
    • 8월 26일 — 목동7단지, 사업시행인가 선결조건인 통합심의를 양천구청에 접수 (원래 11월 예정이던 일정을 3개월 앞당김)

    사업시행인가의 관문, ‘통합심의’가 뭐길래

    통합심의는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기 전에 필요한 여러 개별 심의 — 건축심의, 경관심의, 교통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교육영향평가, 정비계획 변경, 그리고 사업에 따라 공원·재해 심의까지 — 를 한 번에 묶어서 처리하는 원스톱 절차입니다.

    2024년 1월 19일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50조의2·제50조의3에 근거해 도입됐고, 목표는 명확합니다. 따로따로 받으면 1.5~2년씩 걸리던 절차를 6개월로 줄이는 것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전체 절차로 보면 통합심의는 정비구역 지정 → 조합설립 → 사업시행계획인가로 이어지는 흐름에서 사업시행계획인가 바로 앞 관문에 해당합니다. 이 관문을 통과해야 분양신청, 관리처분계획, 이주·철거 순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양천구청이 배포한 정비사업 절차도 기준으로도 “통합심의 준비 및 신청”에만 표준 360일, “통합심의위원회 심의”에 40일이 배정될 만큼 비중이 큰 단계입니다.

    그러니 목동13단지가 이 관문에서 걸렸다는 건 단순한 서류 지연이 아닙니다. 사업시행계획인가로 넘어가는 길목 자체가 막혔다는 뜻입니다.

    목동6단지, 왜 가장 먼저 문턱을 넘었나

    목동6단지는 목동 911번지 일대, 최고 49층·18개동·2,170세대 규모로 재건축될 예정입니다. 2025년 5월 14개 단지 중 최초로 조합이 공식 출범했고, 시공사는 DL이앤씨(단독 입찰)로 정해져 ‘아크로 목동리젠시’라는 브랜드까지 확정된 상태입니다.

    통합심의를 신청한 건 2025년 12월 30일, 통과는 그로부터 약 5개월 뒤인 2026년 5월 28일이었습니다. 서울시 제10차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가 건축·경관·교통·환경·교육·재해 6개 분야를 조건부로 의결했습니다.

    통과의 배경으로 꼽히는 건 주변 학교·보행 동선을 배려한 설계입니다. 대상지 북쪽 학교와 가까운 구간은 건물 높이를 낮춰 일조 영향을 최소화했고, 서쪽 목동5단지와 동쪽 안양천을 잇는 폭 15m 공공보행통로를 확보했습니다. 남북 방향 보행통로도 함께 만들어 인근 양정중·고와 경인초 학생들의 통학 편의까지 고려했습니다.

    목동이라는 동네 자체가 학교 중심으로 설계된 곳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6단지의 통과 사례는 결국 “이 동네의 원래 설계 철학에 얼마나 충실했는가”가 심의 결과를 갈랐다는 걸 보여줍니다.

    목동6단지 통합심의 통과 이유와 목동13단지 보류 이유 비교 카드

    목동13단지, 무엇이 발목을 잡았나

    목동13단지는 신정동 327번지 일대 17만8,919㎡ 부지에 지하 4층~지상 49층, 총 3,852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공사비만 약 2조3,000억원에 달해 목동 재건축 중에서도 “최대어”로 불려왔습니다.

    그런 만큼 7월 30일의 보류 결정은 파장이 컸습니다. 서울시 제15차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가 건축·경관·교통·교육·환경·공원·재해 항목 전반에 대해 보류 판정을 내렸고, 이는 목동 14개 단지 중 첫 보류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서울시는 공식적으로는 구체적인 보류 사유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서울시 관계자가 “보류 사유는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다만 다른 매체들이 인용한 관계자 발언을 종합하면, 목동 지구단위계획과 택지지구 정비계획이 제시한 가이드라인 대비 건축·경관 배치가 충분히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13단지 통합 심의에 상정된 배치가 안 맞는 부분이 많았다”, “13단지만 달라진 배치로 하는 건 적정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발언이 그렇게 전해졌습니다.

    풀어보면, 6단지가 학교·보행 동선을 배려한 배치로 목동 전체의 가이드라인에 맞춘 반면, 13단지는 그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난 배치안을 냈다가 제동이 걸린 셈입니다.

    재상정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서울시는 “조합이 보류 사유를 보완해서 재신청하면 된다. 조합의 대처에 따라 재심의 일정이 결정된다”는 입장이어서, 실제 통과 시점은 조합이 설계를 얼마나 빨리, 얼마나 가이드라인에 맞게 수정해 오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정확한 재상정 일정이 궁금하다면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이나 조합 공지를 직접 확인하시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8월 26일 접수한 건 사실 목동7단지입니다

    목동 재건축 소식을 검색하다 보면 “8월 26일경 또 다른 단지가 통합심의를 접수했다”는 식의 요약을 종종 보게 됩니다. 정확히 짚으면 이 단지는 목동7단지입니다.

    목동7단지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2026년 8월 26일 양천구청에 사업시행인가의 선결조건인 서울시 통합심의를 접수 완료했다고 조합원들에게 공지했습니다. 조합 공지 원문에는 “당초 예정했던 11월 접수 계획보다 약 3개월 앞당겨 접수함으로써”라는 표현이 담겨 있습니다.

    목동7단지는 1986년 준공, 기존 2,550가구에서 최고 49층·4,335가구로 재건축될 예정으로 목동14단지(3,100가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단지입니다. 2026년 7월 초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뒤(준비위 동의율 90.4%, 신청 14일 만에 인가) 창립총회를 거쳐 통합심의 접수까지 속도감 있게 왔고, 삼성물산·현대건설·롯데건설 등이 시공권에 관심을 보이면서 “목동 대장주”로도 불립니다. 접수 이후에는 10월 내 시공사 선정 공고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게 목동12단지입니다. 12단지는 2026년 2월 27일 별도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시공사 선정과 통합심의를 동시에 준비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연내(2026년) 통합심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8월 말 기준으로 12단지가 실제 통합심의를 접수 완료했다는 공식 발표는 확인되지 않아, 8월 26일 접수 건과는 별개의 사안으로 봐야 합니다.

    목동 14개 단지, 지금 어디까지 왔나

    목동 14개 단지 재건축 진행단계 지도 - 4~14단지 정비구역 경계와 통합심의 통과·접수·보류 현황

    지도로 보면 목동 재건축의 속도차가 한눈에 드러납니다.

    가장 앞선 곳은 목동6단지입니다. 조합 출범도, 통합심의 통과도, 시공사 선정까지도 14개 단지 중 가장 먼저 끝냈습니다. 그 뒤를 목동7단지가 통합심의 접수로 바짝 쫓고 있고, 목동12단지도 조합설립인가 후 연내 통합심의 통과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목동4단지와 목동14단지는 9~10월 시공사 선정 공고를 준비하는 단계로, 4단지는 애초 8월 예정이던 공고가 한 달가량 늦춰지기도 했습니다. 목동5·9·10단지는 신탁방식으로 사업시행자 지정을 신청하거나 마친 상태입니다.

    가장 늦은 곳은 목동11단지로, 아직 정비구역 지정 이전 단계인 정비계획 재공람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목동1·2·3단지는 종상향(공원 조성)을 거치며 정비계획 확정을 위한 재공람 절차가 진행 중이라, 역시 상대적으로 느린 그룹에 속합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목동13단지가 있습니다. 공사비 규모로는 목동에서 손꼽히는 대어이지만, 통합심의 보류로 재상정 일정조차 미정인 채 멈춰 서 있는 상태입니다.

    같은 목동인데, 왜 속도가 갈릴까

    답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제도 자체는 14개 단지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같은 통합심의 절차, 같은 목동 지구단위계획과 택지지구 정비계획 가이드라인입니다.

    실제 결과를 가르는 건 다른 데 있습니다. 각 단지의 설계안이 그 공통 가이드라인에 얼마나 맞느냐, 그리고 조합(또는 신탁사)이 행정 절차를 얼마나 빠르게 준비하느냐입니다.

    6단지는 학교·보행 동선을 배려한 배치로 가이드라인에 부합해 통과했습니다.
    13단지는 서울시가 “가이드라인 기준을 충분히 충족하지 못했다”고 본 배치안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7단지는 반대로 원래 계획보다 서류 준비를 앞당기며 속도를 냈습니다.

    제도의 차별이 아니라, 개별 단지의 설계·행정 준비 상황이 지금의 순위를 만들고 있다는 뜻입니다.

    서울 다른 지역의 정비사업 속도차가 궁금하시다면 노원구 재건축, 왜 지금 서울 정비사업 최대 격전지가 됐을까 글도 함께 보시면, 목동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속도가 갈리는 사례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서울 전체 정비사업에서 분양이 가장 빠른 단지가 궁금하시다면 서울 정비사업 현황, 분양 빠른 단지들은 어디일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목동13단지가 언제 재상정되는지, 12단지가 언제 통합심의를 접수하는지는 계속 지켜볼 부분입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패턴을 보면, 다음 관문을 먼저 넘는 단지는 결국 서울시가 정한 가이드라인에 가장 충실한 설계안을 낸 곳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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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자료

  • 코오롱글로벌 계약해지 3연속, 정비사업 공사비 갈등의 신호

    코오롱글로벌 계약해지 3연속, 정비사업 공사비 갈등의 신호

    코오롱글로벌이 2026년 한 해 동안 부산 만덕3구역(4월), 대전 가오동1구역(5월), 부산 하단1구역(7월)에서 잇달아 시공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습니다. 세 곳 모두 해지를 통보한 쪽은 조합이었고, 규모를 합치면 3,527억원에 달합니다.

    한 회사가 넉 달 사이 세 번, 그것도 매번 발주처로부터 계약을 해지당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공사비 갈등이야 요즘 정비사업 현장 어디서나 나오는 얘기지만, 유독 한 건설사에서 이렇게 반복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게 코오롱글로벌만의 특수한 사정인지, 아니면 정비사업 조합이라면 어디서든 겪을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인지 짚어보겠습니다.

    코오롱글로벌 정비사업 3개 구역 계약해지 타임라인 비교표

    넉 달 사이 세 번, 무슨 일이 있었나

    시작은 부산 만덕3구역이었습니다.

    2020년 12월 최초 도급계약을 맺은 이 사업장에서, 조합은 2026년 4월 3일 계약 해지 공문을 코오롱글로벌에 보냈습니다.

    규모는 904억 6,000만원.
    조합은 코오롱글로벌이 요구한 공사비 증액 폭이 과도하다고 주장했고, 코오롱글로벌은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한 달여 뒤인 5월 8일, 이번엔 대전 가오동1구역 조합이 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2021년 4월 계약을 체결했던 사업장으로, 해지 규모는 1,454억원. 코오롱글로벌은 “발주처의 계약 해지 통보에 따라 공시하는 건으로, 법률 검토 후 대응할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습니다.

    그리고 7월 22일, 부산 하단1구역.

    2024년 새로 수주했던, 앞의 두 곳보다 계약 기간이 훨씬 짧은 사업장입니다. 해지 규모는 1,167억 8,799만원, 코오롱글로벌 전년도 연결 매출의 4.35~4.38% 수준입니다.

    세 사업장 중 유일하게 이 구역에서만 나온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단1구역 조합장은 이렇게 밝혔습니다.

    “코오롱글로벌이 지난해 9월부터 사업비 대여를 거부한 데다 과도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해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졌다”

    공사비 증액 이견만이 아니라, 조합 운영에 필요한 사업비 대여금까지 끊겼다는 얘기입니다. 코오롱글로벌 측은 “계약상 절차에 따라 관련 사항을 검토해 왔으며, 사업계획 변경 등에 따른 공사비 조정 필요성도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조합과 코오롱글로벌의 입장 차이를 보여주는 인용 강조 박스

    해지를 통보한 건 조합이었다, 그런데 왜

    세 사업장 모두 형식적으로는 조합이 계약을 끝냈습니다.

    하지만 형식과 실질은 다를 수 있습니다.

    조합이 먼저 등을 돌린 이유가 결국 코오롱글로벌이 제시한 조건(공사비 인상폭, 사업비 대여 여부)을 받아들이지 못해서라면, “누가 관계를 끝냈는가”와 “누구 때문에 끝났는가”는 별개의 질문입니다.

    세 곳 모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는 공사비 증액입니다.
    만덕3구역도, 가오동1구역도, 하단1구역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온 건 결국 같은 문제였습니다.

    코오롱글로벌이 세 번 다 물러서지 않은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어 보입니다.

    왜 코오롱글로벌에서만 반복될까, 원가율 방어의 이면

    코오롱글로벌 건설부문 원가율은 한때 98.3%까지 치솟은 적이 있습니다. 공사비 100원을 받으면 98원 넘게 원가로 나간다는 뜻입니다. 전년 동기(91.5%) 대비 5.3%포인트나 뛴 수치였습니다.

    이후 회사는 원가관리팀을 신설하는 등 자체적으로 원가율을 낮추는 데 나섰고, 2026년 1분기엔 89.5%까지 개선했습니다. 전년 동기(91.4%) 대비 1.9%포인트 낮아진 겁니다.

    이 흐름 위에서 보면, 세 사업장의 계약 해지는 우연이 아니라 방향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손해를 감수하며 공사를 끌고 가느니, 계약이 깨지는 한이 있어도 원가에 맞지 않는 조건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노선입니다.

    회사 재무 상황을 보면 이 판단이 더 이해가 됩니다.

    2026년 상반기 코오롱글로벌은 매출 1조 3,817억원, 당기순이익 431억원으로 전년 동기(순손실 571억원)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35억원으로 순유출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630억원)와 비교하면 765억원이나 악화된 셈입니다. 순이익은 흑자인데 현금은 빠져나가는 구조, 이 괴리를 만드는 건 아직 현금화되지 않은 미수금(5,431억원)과 미청구공사(3,061억원), 합쳐서 8,492억원입니다.

    부채비율은 322~347% 선을 유지하고 있고, 순차입금비율은 지난해 말 96%에서 올해 상반기 104%로 올라섰습니다. 상반기 이자비용(357억원)은 영업이익(742억원)의 48.1%를 갉아먹었습니다.

    여기에 PF(프로젝트파이낸싱) 보증 규모가 9,620억원, 자기자본 대비 133.1%에 달한다는 점도 걸립니다. 외부감사인은 이를 “유의적인 비중”이라고 짚었습니다. 일부 PF 약정에는 시공사 신용등급이 A3- 밑으로 떨어지면 조기상환에 들어간다는 조항이 걸려 있는데, 현재 코오롱글로벌 신용등급은 A3+입니다.

    여유가 넉넉한 구간은 아닙니다.

    이런 재무 구조 위에서는, 공사비가 안 맞는 계약을 붙잡고 있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 있습니다.

    코오롱글로벌 원가율과 현금흐름 핵심 포인트 카드

    코오롱글로벌만의 일인가, 업계 전체의 신호인가

    여기서 시각이 갈립니다.

    한쪽은 “코오롱글로벌만의 이례적 패턴”이라고 봅니다. 1군 대형 건설사 중에서 재건축 사업장 세 곳에서 연달아 시공자 지위를 잃은 건 코오롱글로벌이 유일하다는 지적입니다. 업계에서는 “시공사 자격 박탈 자체가 큰 마이너스 요인”이며, “중도포기 기업이라는 낙인이 향후 대형 프로젝트 입찰에서 신뢰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다른 쪽은 다르게 봅니다. 공사비 갈등에 따른 계약 해지가 코오롱글로벌만의 특수한 사정이 아니라는 시각입니다.

    같은 시기 대우건설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서울 서초구 강남원효성빌라 재건축(3,387억원 규모)에서 2026년 7월 28일 조합으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고, 8월 2일 공시됐습니다. 이번엔 공사비가 아니라 마감재 수준이 쟁점이었습니다. 대우건설은 “조합이 공사비는 올려주지 않으면서 최고급 마감재 사용을 일방적으로 요구했다”고 주장했고, 조합은 “기존 확정 공사비(평당 약 1,550만원) 안에서 모든 조건이 반영돼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대우건설은 소송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GS건설도 2023년 11월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시공계약을 해지당한 전례가 있습니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확정한 공사비는 3.3㎡당 650만원이었는데, 2026년 4월 새 시공사로 선정된 한화 건설부문과는 3.3㎡당 72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시공사를 바꾸면 더 나은 조건을 받을 거라는 기대와 반대되는 결과입니다.

    이보다 훨씬 오래된 선례도 있습니다. 서초구 방배5구역은 2017년 3월 기존 시공단과 계약을 해지하고 그해 9월 현대건설을 새 시공사로 선정했는데, 손해배상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7년 넘게 이어지다 2024년 말에야 525억원의 합의금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이 갈등의 배경에는 숫자로 확인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2020년 이후 소비자물가는 18.4%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건설공사비지수는 33.7% 올랐습니다.

    물가 상승 속도의 거의 두 배입니다.

    계약 체결 당시 확정한 공사비는 그대로인데, 자재비와 인건비는 그보다 훨씬 빠르게 뛰어버린 구조. 이게 전국 정비사업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갈등을 만드는 근본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사비 갈등 자체는 업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입니다. 다만 한 회사에서, 한 해에, 세 번씩 반복된다는 빈도는 코오롱글로벌만의 특이점으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두 시각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업계 전체가 앓는 병을 코오롱글로벌이 유독 세게 앓고 있다, 정도가 더 정확한 그림에 가깝습니다.

    계약해지, 조합엔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여기서부터는 부산·대전이 아니라 어느 지역 조합이든 알아둘 만한 얘기입니다.

    가장 먼저 짚을 건, 시공사를 바꾼다고 공사비가 내려간다는 보장이 없다는 겁니다.

    상계주공5단지가 그 사례입니다. 계약 해지 후 새로 뽑은 시공사와의 공사비가 오히려 더 올랐습니다(3.3㎡당 650만원 → 720만원). 업계에서도 “공사비가 오른 상황에서 다른 시공사를 찾는다고 더 좋은 조건을 받을 수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두 번째로 짚을 건, 계약 해지 자체보다 그 이후 법적 분쟁이 조합에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방배5구역처럼 손해배상 소송이 7년 넘게 이어지고 수백억원대 합의금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우건설이 강남원효성빌라 건에서 소송을 예고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코오롱글로벌의 세 사업장 역시 지금까지는 “법률 검토 후 대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나온 상태라, 실제로 소송으로 이어질지, 새 시공사 선정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는 아직 지켜봐야 합니다. 세 사업장 각각 새 시공사가 정해졌는지는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별도 보도가 확인되지 않아, 진행 상황이 궁금하다면 각 조합 공지나 총회 자료를 직접 확인하시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지금 다른 지역에서 정비사업을 진행 중인 조합이라면, 이번 사례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시공사의 원가율과 재무 구조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그리고 계약서상 공사비 조정 조항이 물가·자재비 변동을 어떻게 반영하도록 돼 있는지.

    시공사 선정 절차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다룬 글에서도 짚었듯, 시공사를 뽑는 순간의 조건이 준공 시점의 부담으로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 체결 당시엔 문제없어 보였던 공사비가, 몇 년 뒤 물가가 뛰면 갈등의 씨앗이 되는 구조는 코오롱글로벌 사례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건설공사비지수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비교 그래프

    세 번의 계약해지가 남긴 것

    만덕3구역, 가오동1구역, 하단1구역.

    세 사업장의 공통점은 공사비였고, 차이점은 하단1구역에서 사업비 대여금 문제까지 얹혔다는 정도였습니다.

    코오롱글로벌은 원가율을 지키는 쪽을 택했고, 그 대가로 세 건의 계약을 잃었습니다. 이게 회사 입장에서 맞는 선택이었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판가름 날 문제입니다. 다만 정비사업 조합 입장에서는, 시공사를 정할 때 브랜드나 공사비 조건만큼이나 그 회사의 재무 체력을 함께 봐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건설공사비지수가 물가 상승 속도의 두 배로 뛰는 시기입니다.

    지금 계약서에 적힌 숫자가 몇 년 뒤에도 유효할 거라고 믿는 건, 어쩌면 너무 순진한 가정일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 공사비 갈등에 계약 해지 잇따라···코오롱글로벌 정비사업 ‘몸살’, 뉴스웨이
    • [마켓파워] 코오롱글로벌, 올해 재건축 3개 사업장서 시공사 지위 상실…원가율 방어 노선 고수, 아시아투데이
    • 코오롱글로벌, 904억 규모 부산 재건축사업 계약 해지, FETV
    • [ND 공시] 코오롱글로벌, 부산 하단1구역 재건축사업 계약해지, 뉴스드림
    • 코오롱글로벌, 1454억 대전 가오동 재건축 계약 해지, 블로터
    • 공사비 갈등에 대우·GS·코오롱, ‘계약 취소’…도시정비 곳곳 ‘잡음’, 인사이트코리아
  • 서울 재건축·재개발 시장 전망, 정부·서울시 충돌이 변수

    서울 재건축·재개발 시장 전망, 정부·서울시 충돌이 변수

    서울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앞으로도 규제완화 기대감과 공급절벽 경고음이 동시에 커지는 국면을 당분간 벗어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6년 8월 18일 국무회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적률·조합원 지위양도·임대주택 비율 등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공개 요구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공급을 늘리자는 것이지 집값을 폭등시킬 가능성을 높이자는 게 아니다”라며 신중론으로 맞받았습니다.

    이 장면 하나만 놓고 보면 단순한 정치 뉴스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8·13 수도권 23만4천호 대책,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의 향방, 조정대상지역 확대, 신속통합기획, 용산공원 개발까지 겹쳐 있는 지금 시점에서 이 충돌은 서울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앞으로 어디로 갈지 가늠할 수 있는 가장 뚜렷한 신호에 가깝습니다.

    오늘의 장면부터, 그 배경이 된 정책들, 그리고 시장에 미칠 영향까지 순서대로 짚어보겠습니다.

    서울 재건축 재개발 정책 일정 타임라인
    서울 재건축 재개발 정책 일정 타임라인

    오늘 국무회의, 무슨 일이 있었나

    오세훈 시장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직접 규제완화를 요구했고, 이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즉답 대신 총리 검토로 넘겼습니다.

    오 시장의 발언 취지는 “재개발·재건축의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도록 막혀 있는 규제부터 풀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용적률 규제 완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완화, 임대주택 비율 완화를 거론한 것으로 여러 매체가 보도했습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공급을 늘리자는 것이지 집값을 폭등시킬 가능성을 높여서는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규제 완화에는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이 함께 존재한다”고 짚으면서, “긍정적인 측면은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측면은 최소화하는 접점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다양한 의견을 점검해 주택 공급을 늘릴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오 시장의 규제 완화 요청 자체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이 “총리와 협의해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즉답을 피하고 총리 검토로 넘긴 모양새입니다. 이 대통령은 오 시장에게 대규모 정비사업과 소규모 개별 건축의 인허가 소관이 어디에 있는지도 물은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회의 후에는 후속 공방도 있었습니다. 오 시장이 페이스북에 용산공원 개발(주택 건립)에 반대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고, 대통령실 대변인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 것입니다. 재건축·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같은 날 용산공원 문제로까지 번진 셈입니다.

    재건축 재개발 규제완화 오세훈 정부 입장 비교
    재건축 재개발 규제완화 오세훈 정부 입장 비교

    오세훈 시장이 요구하는 규제완화, 구체적으로 뭘까

    서울시는 이미 8월 15일 국토교통부에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위한 법령 개정안 10개를 건의한 상태였고, 8월 18일 국무회의 발언은 그 연장선입니다. 언론 종합에 따르면 핵심 건의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조합원 지위 양도(전매) 제한 완화
    • 민간 정비사업의 법적 상한 용적률 완화
    • 재개발사업 임대주택 의무 비율 현실화(축소)
    • 이주비 대출(LTV) 70%로 확대
    • 택지개발지구 등 공원·녹지 확보 기준 완화 근거 신설
    • 조합설립 동의율 70%로 하향 및 사전 통지기간 단축

    오 시장은 8월 5일에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통해 “재개발·재건축이 주택공급대책, 소홀히 하면 답 없다”는 취지를 대통령에게 전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인허가 지연으로 공급이 지연됐던 통계를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 시장이 모든 규제 완화에 찬성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서만큼은 “그린벨트 해제는 죽어도 못한다”며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도심 내 공급을 우선하고, 그린벨트 같은 외곽 개발에는 반대하는 것이 오 시장 입장의 핵심 축입니다.


    정부는 왜 신중한가

    정부의 신중론은 8월 18일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한 달 전부터 예고된 기류였습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026년 7월 20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에 신중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면 단기간에 공급이 더 줄어든다”, “용적률과 인센티브가 잘못 설계되면 투기 수요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정부는 대신 공공주택·비아파트 공급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같은 시점 보도에 따르면 서울 내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472곳 중 115곳(24.4%)이 아직 조합 설립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어 정비사업 지연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업계에서는 민간 재건축 없이는 “5년 내 수도권 135만가구” 공급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지적도 함께 나옵니다.

    즉,
    정부 입장에서는 공급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투기 수요를 자극하지 않을 접점을 찾아야 하는 딜레마가 있는 셈입니다.


    이미 나온 카드 — 8·13 대책의 핵심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2026년 8월 13일 정부는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2030년까지 23만4000가구를 정상 착공시키겠다는 대책을 이미 발표했습니다. 서울 도심에서는 연 3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핵심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 75% → 70%로 인하(재건축과 동일 수준으로 일원화)
    • 공공재개발·재건축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율: 67% → 60%로 인하
    • 조합설립 인가 신청 전 소유자 통보 기간: 60일 → 30일로 단축
    • 일반경쟁입찰 유찰 시 시공사 재입찰 절차 간소화
    • 재개발 현금청산자 취득세: 2027년 면제, 2028년 75% 감면
    • 공공기여 임대주택 인수가격: 기본형건축비의 80% → 100%로 상향
    • PF 보증 한도(총사업비의 60%까지) 2027년까지 연장
    • 공사비·인허가 갈등을 다룰 정비사업 전문 중재기구 신설 검토
    8월 13일 부동산 대책 재건축 재개발 핵심 수치
    8월 13일 부동산 대책 재건축 재개발 핵심 수치

    같은 날 정부는 대출규제 완화와 청년층 주택금융 지원을 담은 별도의 금융·공급 대책도 함께 내놨습니다. 8월 부동산 대책, 금융규제와 주택공급 종합정리 글에서 비거주 1주택자 대출규제 예외와 청년미래보금자리론 조건까지 정리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 대책이 정부의 일방적 “통보”가 아니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8·13 발표 당일 이미 밝혔습니다. 이 반응은 닷새 뒤인 8월 18일 국무회의 충돌의 전조로 볼 수 있는 정황입니다.


    재초환·조정대상지역 확대, 또 다른 변수들

    8·13 대책이 절차 완화 중심이었다면, 시장 방향을 더 크게 흔들 수 있는 변수는 따로 있습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조정대상지역 확대입니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조합원 1인당 발생한 초과이익 중 일정액을 국가가 환수하는 제도로, 최대 부과율이 50%에 달합니다. 서울의 재초환 대상 34개 단지 중 29개가 강남권에 집중돼 있고, 서초구 반포래미안트리니원이 유력한 첫 부과 사례로 거론되며 조합원 1인당 부담금이 약 3억원대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2026년 6월). 다만 이 보도가 함께 언급한 6·3 지방선거와의 인과관계는 이번 리서치에서 교차 검증하지 못해 확인 안 됨으로 남겨둡니다.

    정비사업을 둘러싼 세금 문제는 재초환 말고도 취득세·재산세 등 여러 겹으로 얽혀 있어 그 자체로 복잡한 주제입니다. 정비사업 세금, 왜 이렇게 복잡할까 글에서 구조를 따로 정리했습니다.

    7월경에는 국민의힘이 정기국회 내 재초환 폐지를 추진하자고 제안했고, 민주당은 부동산 시장 영향과 형평성 문제를 함께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이미 합헌 판단을 내린 만큼 폐지보다는 부담금 산식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업계에서 적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실제 부담금이 부과된 사례는 없었지만, 최근 강남구·서초구 일부 단지에서 행정 절차가 시작됐습니다.

    정부는 7월 20일 시점까지는 재초환·이주비 대출 규제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쪽에 무게를 뒀습니다. 8월 18일 국무회의 이후 이 기조가 바뀔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 총리 검토 지시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후속 결론은 아직입니다.

    한편 2025년 10월 15일 정부는 서울 나머지 21개 자치구 전체와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신규 편입했습니다. 같은 지역에 토지거래허가구역도 함께 지정됐습니다. 이 조치로 조합설립인가(재건축) 또는 관리처분인가(재개발)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고, 재건축 조합원에게는 1주택 공급 원칙이 적용됩니다.

    이 규제는 오세훈 시장이 요구하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완화”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방향이라, 8월 18일 충돌의 실질적 쟁점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도 함께 봐야 할 변수입니다. 재건축은 84곳이 추진 중(이 중 25곳 구역지정 완료), 재개발은 총 122곳 중 23곳이 추진 중입니다. 서울시는 최근 3년간 16만호 규모 공급 계획을 수립했고, 2026년까지 총 26만호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신통기획 2.0″으로 절차가 한층 빨라졌다는 일부 자료는 구체적 시행 시점과 근거 법령이 서울시 공식 자료로 재확인되지 않아, 참고 수준으로만 언급합니다.

    신통기획으로 추진 중인 단지들이 지금 각각 어느 단계까지 와 있는지, 분양이 가장 빠른 곳은 어디인지는 서울 정비사업의 현재 현황과 분양시기가 제일 빠른 단지는 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8월 20일, 용산공원이 또 다른 분수령

    같은 시기 화제가 된 또 다른 갈등축이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입니다.

    서울시는 애초 6,000가구 공급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정부가 1만가구를 제시하자 8,000가구까지는 수용 가능하다고 입장을 조정했습니다. 다만 8월 18일 시점까지 양측 간 최종 타협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8월 14일 “용산공원 전체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며, 용산어린이정원(약 30만㎡)에 청년층 대상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중점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개발 밀도에 따라 최대 1만~2만가구 공급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그 외 캠프킴 부지(2,500가구), 미군 501정보대 부지(150가구)도 개발 후보로 거론됩니다.

    서울시는 “용산어린이정원을 비롯해 일부라도 아파트를 짓는 용도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며 명확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상징성, 토양 오염, 교통·학교 등 인프라 과부하를 근거로 듭니다. 반면 정부는 2028년 말 주택 착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며, 미군기지 반환부터 토양 정화까지 7~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시간이 촉박하다는 입장입니다.

    2026년 8월 20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회동이 예정돼 있어, 이날이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같은 날 국회에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이 처리될 예정이라는 보도도 있었지만, 실제 처리 여부는 확인 안 됨입니다.


    왜 이 갈등이 중요한가 — 서울 공급절벽의 그림자

    이 모든 논쟁이 단순한 힘겨루기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서울의 입주물량이 이미 절박한 수준까지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2026년 서울 입주물량은 1만6412세대로, 2025년 대비 48% 감소할 전망입니다(전국은 17만2270세대로 전년 대비 28% 감소). 그런데 이 중 약 90%(1만4257세대)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물량에서 나옵니다. 서울의 신규 공급이 사실상 정비사업 하나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지역별로는 서초구(5,155세대), 은평구(2,451세대), 송파구(2,088세대), 강서구(1,066세대), 동대문구(837세대) 순으로 물량이 몰려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 공급절벽 그래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 공급절벽 그래프

    2027년 서울 입주예정물량은 1만7197호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 이는 서울의 통상 적정 연간 입주물량(약 4만5000호)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다만 2027년 물량 수치는 소스마다 다소 차이가 있어(다른 집계 기준 전국 21만6323호 전망도 있음), 정확한 원출처는 확인 안 됨으로 남겨둡니다.

    지금 규제를 풀어도 신규 착공 물량이 실제 입주로 이어지기까지는 수년이 걸립니다. 그래서 8월 18일 충돌의 결론이 무엇이든, 단기 공급절벽 자체는 이미 상당 부분 기정사실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크게 세 갈래로 정리됩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의 단기 공급과, 도시정비를 통한 장기 공급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모든 주택공급을 공공에서 할 수 없다”며 정부의 PF 활성화와 공공·민간 투트랙 전략을 강조했습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정부의 다각적·과감한 정책 추진과 용적률 상향을 제안하며, 도시정비 초과세수를 청년주택 공급에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도 내놨습니다.

    규제완화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공급 확대냐, 집값 자극이냐”의 구도로 요약됩니다. 개발이익을 환수하지 않으면 시장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반론이 여러 소스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됩니다.

    한편 규제 완화는 크게 세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초기 문턱 완화(재건축진단·동의요건), 인허가 병목 완화(신속통합기획·통합심의), 사업성 보완(용적률 인센티브·공공기여 조정)입니다. 다수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 기대감만으로 투자 판단을 하기보다 거시경제 환경과 개별 사업지 특성을 함께 봐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또 하나 주목할 흐름은 양극화입니다. 수도권·지방 간, 그리고 수도권 내에서도 핵심지역과 비핵심지역 간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입지 좋은 주택으로 수요가 쏠리는 ‘똘똘한 한 채’ 전략이 이 격차를 더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서울 재건축·재개발 시장, 앞으로 어디로 가나

    지금까지의 신호를 종합하면, 서울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세 갈래 힘이 동시에 작용하는 국면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공급절벽이 이미 기정사실입니다. 2026년 서울 입주물량이 전년 대비 48% 감소하고 2027년도 적정치의 3분의 1 수준에 머무는 것은 확정된 사업 파이프라인 기준으로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지금 규제를 풀어도 효과는 수년 뒤에나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책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8·13 대책으로 조합설립 동의율 완화, 시공사 선정 절차 간소화, 세제 인센티브 같은 절차적 촉진책은 이미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용적률 추가 상향,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완화, 임대주택 비율 축소, 재초환 완화처럼 더 굵직한 카드는 8월 18일 총리 검토 지시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갈등이 실제로 어떤 정책 변경으로 귀결될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정치적 구도도 다층적입니다. 7월 김용범 정책실장의 신중론과 8월 18일 이 대통령의 “양면성” 발언은 일관되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줍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추진하자는 입장이어서, 여야 간, 그리고 중앙정부-서울시 간 입장차가 겹겹이 얽혀 있습니다.

    여기에 8월 20일 용산공원 회동 결과에 따라 서울 강북 도심권 공급 총량의 큰 그림이 달라질 수 있고, 규제완화의 수혜가 강남권 등 사업성 높은 단지에 집중되며 양극화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충돌을 정치적 신경전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서울 주택 공급의 90%를 책임지는 정비사업의 방향키를 두고 벌어지는 실질적 힘겨루기에 가깝습니다.

    결국 지금 서울 재건축·재개발 시장을 지켜봐야 할 이유는 하나입니다. “규제를 어떻게 푸느냐보다, 그 결정이 얼마나 늦어지느냐가 서울 주택시장의 다음 몇 년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