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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옥상 유휴공간, 스포츠시설로 계속 늘어날까

    도심 한복판에 새 축구장을 지을 땅이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 “거의 없다”입니다.

    그래서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는 대안이 하나 있습니다.
    백화점, 대형마트, 종교시설의 옥상 같은 건물 유휴공간을 풋살장 등 스포츠시설로 바꾸는 것입니다.

    다만 이 흐름이 마냥 장밋빛인 것만은 아닙니다.
    수익성과 접근성이라는 뚜렷한 장점 뒤에는, 안전 규정 사각지대와 소음 민원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함께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 사례와 건물주 입장의 장점, 그리고 실제로 드러난 어려움까지 균형 있게 정리해보겠습니다.

    국내외 옥상 풋살장·스포츠파크 사례 비교 인포그래픽

    옥상이 스포츠시설로 바뀌는 이유

    핵심은 간단합니다.
    새 부지를 구하기보다, 이미 있는 옥상을 다시 쓰는 쪽이 훨씬 현실적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도심에 정규 규격 축구장이나 체육시설을 새로 지을 부지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건물 옥상 같은 기존 유휴 공간을 스포츠시설로 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여기에 통계도 힘을 보탭니다.
    생활체육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을 때 “체육시설 접근성이 낮다”는 응답이 31.8%에 달했습니다.
    도심 안에서 체육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필요성이 숫자로도 뒷받침되는 셈입니다.

    물론 옥상 활용이 스포츠시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 태양광 발전
    • 루프톱바
    • 그리고 풋살장

    같은 방식으로 옥상을 다시 쓰는 흐름은 상업용 건물 전반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2020년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옥상 루프톱바 영업이 허용된 것도 같은 맥락의 규제 변화입니다.
    “새로 짓기”보다 “있는 자원을 다시 쓰기”라는 방향 자체가 상업용 부동산의 큰 흐름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벌써 이렇게 활용되고 있다

    국내 옥상 스포츠시설의 시작점은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입니다.

    아이파크몰 8층 옥상 풋살장은 국내 최초의 옥상 풋살장으로 소개되며, 점심·저녁 시간대 인근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합니다.
    이후 아이파크몰은 옥상 풋살장의 인기에 힘입어 국내 복합쇼핑몰 최초의 실내 풋살장까지 추가로 열었습니다.

    민간 스포츠 브랜드가 이 흐름에 뛰어든 사례도 있습니다.
    전 축구선수 김병지는 2017년 9월 롯데마트·롯데아울렛과 손잡고 대형마트·아울렛 옥상 유휴공간을 풋살장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운영 구조는 이렇습니다.
    롯데 측이 부지를 제공하고, 김병지FC가 시설비를 전액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의정부점(2면), 구리점(1면)을 시작으로 롯데마트 15개 지점·롯데아울렛 10개 지점까지 확대할 계획이었습니다.

    취지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엘리트 선수 육성이 아니라 생활체육(취미반) 중심 운영이며, 용품 대여 시스템도 함께 추진했습니다.
    김병지는 “선수 생활을 즐겁게 마쳤으니 이제는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습니다.

    옥상 유휴공간 활용은 종교시설로도 번지고 있습니다.
    서울 중구청은 2025년 5월부터 종교시설의 미사용 공간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같은 해 12월 기준 8개 교회·33개 공간에서 20여 개 프로그램이 운영 중입니다.
    개방 공간에는 회의실·교육실·카페와 함께 옥상 풋살장도 포함됩니다.

    해외는 이미 한발 더 나아갔다

    일본과 홍콩을 보면, 옥상 스포츠시설은 이미 익숙한 도시 풍경입니다.

    일본 도쿄 시부야의 도큐 도요코 백화점 옥상에는 “아디다스 풋살파크”가 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념해 2001년 문을 연 일본 최초의 옥상 풋살 코트로, 아디다스 재팬과 제휴해 샤워실 등 부대시설까지 갖췄습니다.
    신주쿠에도 야간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는 옥상 풋살장이 따로 있습니다.

    홍콩은 규모 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사례입니다.
    쇼핑몰 TKO Spot 3층에는 약 42,000제곱피트 규모의 홍콩 최대 옥상 스포츠파크가 조성돼 있습니다.

    • 자전거·롤러스케이트용 “Speed Avenue”
    • 요가를 위한 잔디밭 “Stretching Ring”
    • 구기 종목 코트 3개로 이뤄진 “Sea of Balls”
    • 가족 캠핑존 “Fun Camp”

    이렇게 네 개 구역으로 구성되며, 연중무휴 무료로 개방됩니다.
    단순히 풋살장 하나를 얹는 수준을 넘어, 옥상 자체를 하나의 종합 스포츠파크로 설계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건물주 입장에서 본 장점

    건물주나 운영자 입장에서 옥상 스포츠시설은 꽤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수익화입니다.
    그동안 방치돼 있던 옥상 공간을 임대나 직접 운영으로 전환하면 추가 수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입지도 강점입니다.
    대형마트·복합쇼핑몰은 이미 대중교통과 주차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새 부지를 매입하지 않고도 접근성 좋은 체육시설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공실 리스크를 완화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월세형 임대 대신 시간 단위 예약형 공간대여로 전환하면, 예약률이 안정적일 경우 더 유리한 수익 구조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다만 예약률·운영비·청소비·플랫폼 수수료를 종합적으로 따져야 하고, 면적·층수·소음·환기·화장실·건물 용도·주변 민원 가능성에 따라 공간대여 적합성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도 함께 짚어야 할 대목입니다.

    옥상 스포츠시설 운영 장점과 유의점 비교표

    집객 효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서울 중구 종교시설 사례처럼, 체육시설을 포함한 유휴공간을 지역에 개방하면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지역 주민과의 접점이 자연스럽게 늘어납니다.

    그런데 현실은 마냥 장밋빛만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옥상 풋살장을 단순한 “공간 재활용 성공 사례”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탐사보도 매체 더스쿠프가 전국 실외 풋살장 72곳을 전수조사한 결과는 꽤 충격적입니다.
    지자체에 축조신고를 완료한 곳은 단 4곳, 비율로는 약 5.5%에 불과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구조계산서까지 제출한 곳은 서울 1곳·대전 2곳·대구 1곳뿐이었습니다.

    전국 실외 풋살장 축조신고 완료 비율 통계 인포그래픽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풋살장은 현재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풋살장업을 체육시설법에 신설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취재 시점 기준 아직 심사 단계였습니다.
    조례를 통한 별도 안전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태입니다.

    업계 다수는 건축법 시행령 118조를 근거로 철골 구조물 높이를 6m 미만으로 설계해 축조신고·구조계산서 제출 의무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천장까지 철골을 세우는 구조라면 “실질적으로 구조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관할 지자체는 “관련법이 없어 관리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고, 대한체육회와 대한축구협회도 직접적인 관리 주체를 자처하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가 뚜렷합니다.

    이 사각지대가 실제 사고로 이어진 사례도 있습니다.
    2019년 부산 해운대구 반여저류시설 내 풋살장에서, 골대에 매달려 놀던 중학생이 골대가 넘어지며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시설 설치·관리상 하자를 인정해 해운대구가 유족에게 5억 3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해운대구는 항소를 포기했습니다.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안전 기준 공백이 낳은 결과입니다.

    소음과 빛공해 민원도 옥상 스포츠시설이 안고 있는 또 다른 숙제입니다.
    인천 계양구 계산동의 한 대형마트는 옥상 풋살장을 밤 11시부터 자정까지 운영해, 약 50m 떨어진 724가구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소음 피해를 호소했습니다.
    서구 마전동에서도 반경 100m 내 917가구·236가구 단지가 야간 조명으로 인한 빛공해를 겪고 있다고 보도됐습니다.

    문제는 현행 소음·진동관리법이 “기계·기구·시설로 인한 강한 소리”만 소음으로 규정한다는 점입니다.
    이용자들의 육성이나 공 차는 소리는 규제·단속 대상이 아닙니다.
    빛공해 민원에 대해서도 지자체는 조명 각도 조절 정도로만 대응하고 있어,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불편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 구조입니다.

    제도는 지금 어디까지 왔나

    공공 부문에서는 유휴공간 개방·활용을 뒷받침하는 제도가 이미 몇 가지 마련돼 있습니다.

    서울시는 2019년 12월 31일 “공공시설의 유휴공간 개방 및 사용에 관한 조례”를 시행했습니다.
    동주민센터·치안센터 같은 공공시설뿐 아니라 공동주택·대형마트 같은 민간 유휴공간까지 개방·활용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학교를 대상으로 한 지원도 구체적입니다.
    서울시 학교 체육시설 개방 지원사업은 최소 2년 이상 운동장·체육관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는 학교에 학교당 최대 5천만 원(개·보수 비용 + CCTV 등 안전시설 설치비)을 지원합니다.
    연간 약 50개교 내외, 총예산 25억 원 규모이며, 지원금을 받은 뒤 개방하지 않으면 환수하고 이후 5년간 지원 대상에서 배제됩니다.
    서울시는 체육시설이 없는 학교가 주민 개방을 조건으로 체육시설을 신규 건립할 경우 건축비용도 지원하며, 개방형 학교체육관 확충 계획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유휴공간 개방 조례 및 학교 체육시설 지원사업 정리표

    다만 이 지원제도들은 학교·공공시설 중심입니다.
    대형마트나 오피스 옥상처럼 민간 상업건물의 스포츠시설 조성 자체를 직접 겨냥한 지자체 보조사업은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습니다.
    안전 규정 공백과 마찬가지로, 민간 영역의 제도적 뒷받침은 아직 공공 부문만큼 촘촘하지 않은 셈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실외 풋살장의 안전 규정 공백 문제가 언론에 지속 보도되면서, 체육시설법에 풋살장업을 신설해 관리 사각지대를 좁히려는 입법 시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안전 관리 체계가 정비되면 옥상 풋살장 같은 시설의 신고·구조 검토 의무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소음·빛공해처럼 현행법상 규제 근거가 없는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용자의 야간 예약 수요와 인근 주민의 주거 환경은 계속 충돌할 수 있는 지점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휴공간 개방·공유라는 큰 흐름 자체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 조례와 지원사업, 종교시설 개방 시범사업처럼 공공 부문에서 계속 확대되는 추세이며, 상업시설 옥상 스포츠시설도 이런 유휴자산 수익화·공유화 흐름 안에서 함께 늘어날 유인이 있습니다.

    마치며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
    “옥상 풋살장, 계속 늘어날 만한 아이템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입니다.
    부지 확보가 어려운 도심 환경, 공실 리스크를 줄이려는 건물주의 필요, 유휴공간 개방을 뒷받침하는 공공 정책까지 — 세 방향의 힘이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안전 신고율 5.5%라는 숫자와 실제 사고 사례가 보여주듯, 제도가 현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 생각은 단순합니다.
    공간을 다시 쓰는 아이디어 자체는 옳은 방향이지만, 그 공간 위에 사람이 올라서는 순간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조건이 되어야 합니다.

    “잘 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하게 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