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인 양지마을이 신탁사를 갈아치웠습니다.
기존 신탁사와 갈라선 지 넉 달 만에 새 사업시행자를 지정하며 다시 속도를 내는 모양새인데, 정작 사업이 멈췄던 진짜 이유는 신탁사 문제만이 아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순서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신탁사와 왜 갈라섰나
양지마을은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금호1·3단지, 청구2단지, 한양1·2단지, 상가연합 등 6개 단지가 4,392세대에서 6,839세대로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는 1기 신도시 선도지구입니다.
주민대표단은 애초 신탁사인 한국토지신탁(한토신)과 손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협약을 맺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균열이 생겼습니다.
주민대표단이 꼽은 문제는 세 가지입니다. 먼저 2월 두 차례 신탁 수수료 제안을 요청했는데 한토신이 답을 주지 않아 일정이 늦어졌다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건 작년 연말 한토신의 행정 실수로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누락돼, 구역 지정 자체가 무산될 뻔했던 사건입니다. 주민대표단이 직접 국토부와 성남시를 뛰어다니며 겨우 수습했습니다. 여기에 한토신과 계약하지 않은 제3단체가 별도 설명회까지 열면서 소유주들의 판단에 혼선을 줬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결국 3월 20일부터 30일까지 해지 여부를 묻는 투표가 진행됐습니다. 4,871가구 중 1,742가구가 참여해 투표율은 36%, 그중 75%(1,315가구)가 해지에 찬성했습니다. 3월 31일, 양지마을은 한국토지신탁에 협약 해지를 공식 통보했습니다.
주민대표단 김영진 대표는 “빼앗겼던 양지마을 소유주의 사업 주도권을 되찾아오면서 정상화시켰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새 신탁사, 두 달 만에 정해지다
해지 이후 양지마을은 소유주 이익 극대화, 주민의견 반영 제도화, 검증된 실적과 경험, 공정한 선정이라는 네 가지 원칙을 세우고 다시 경쟁입찰에 나섰습니다.
5월 7일 개찰 결과 대신자산신탁과 우리자산신탁, 두 곳이 최종 후보로 남았습니다. 그런데 하루 뒤인 5월 8일, 우리자산신탁이 설명회를 앞두고 입찰을 포기하면서 사실상 대신자산신탁 단독 체제가 됐습니다. 5월 22일과 23일 소유주 투표와 예비신탁업자 확정 절차를 거쳤고, 7월 27일 성남시가 대신자산신탁을 정식 사업시행자로 지정했습니다.
신탁사를 해지하고 다시 지정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넉 달 남짓. 1기 신도시 재건축치고는 빠른 편에 속합니다.

진짜 갈등은 따로 있었다 — 정산 방식 문제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신탁사 교체 자체는 겉으로 드러난 사건일 뿐, 그 밑에는 더 근본적인 갈등이 깔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양지마을을 이루는 6개 단지는 입지 조건이 저마다 다릅니다. 역세권에 가까운 단지는 “기존 입지 가치와 자산가치를 재건축 후에도 반영해야 한다”며 제자리 우선배정과 독립적인 정산·분양을 요구합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입지가 덜 좋은 단지는 통합 기준으로 정산해야 전체 사업의 형평성이 유지된다고 맞섭니다.
정비업계에서는 “신탁사는 사업 관리와 인허가 지원에는 강점이 있지만, 단지별 손익 배분을 강제로 중재할 권한은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시 말해 신탁사를 아무리 바꿔도, 단지 간 형평성 문제 자체는 저절로 풀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른 1기 신도시에도 신호가 된다
양지마을은 1기 신도시 재건축의 선도지구입니다. 정비사업이 어떤 속도와 방식으로 굴러갈지 보여주는 기준점 역할을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이곳에서 신탁사 교체와 주민 갈등, 행정소송 같은 진통이 반복되면 뒤따르는 다른 지구의 사업 참여자들도 관망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실제로 일산·평촌·산본·중동 같은 다른 1기 신도시 선도지구도 정도만 다를 뿐 비슷한 구조적 문제(단지 간 형평성, 신탁방식의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2026년 8월 기준으로는 분당·평촌·산본이 특별정비구역 지정 등에서 속도를 내는 반면, 일산과 중동은 아직 계획 수립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입니다.
눈에 띄는 사실 하나
이번 사업시행자 지정과 맞물려 눈길을 끄는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양지마을 내 아파트를 매각했다는 사실입니다.
정치적으로 해석할 이야기는 아닙니다. 실무적으로 보면, 사업시행자 지정(7월 27일) 이후 이 단지 아파트를 새로 취득하는 사람은 법에서 정한 예외 사유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현금청산 대상, 이른바 “물딱지”가 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매각 시점이 이런 규정이 실제로 적용되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된 것입니다.
정리하면
- 양지마을은 신탁 수수료 미응답, 전략환경영향평가 누락, 제3단체발 혼선을 이유로 3월 31일 한국토지신탁과 결별했습니다.
- 경쟁입찰을 거쳐 7월 27일 대신자산신탁이 새 사업시행자로 지정되며, 넉 달 만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 다만 신탁사 교체는 증상일 뿐, 진짜 갈등은 역세권·비역세권 단지 간 정산 방식(제자리 재건축 vs 통합 정산) 이견에 있습니다.
- 양지마을은 1기 신도시 재건축의 선도지구인 만큼, 여기서 갈등이 어떻게 풀리는지가 일산·평촌·산본·중동 등 다른 지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신탁사를 바꾼다고 모든 문제가 풀리는 건 아닙니다. 진짜 질문은 “누가 신탁사를 맡느냐”가 아니라 “단지 간 형평성을 누가, 어떻게 조정하느냐”일지도 모릅니다.
참고자료
- 데일리안 – 분당 양지마을 재건축, 한국토지신탁과 ‘작별’…업무협약 해지 통보, dailian.co.kr
- 시장경제 – 분당 양지마을, 한국토지신탁 계약 해지…”전략환경영향평가 누락으로 사업 좌초될 뻔”, meconomynews.com
- 시사저널e – 속도 내려던 ‘신탁방식’···분당 재건축 발목 잡았다, sisajournal-e.com
- 경인일보 – 분당재건축 선도지구 양지마을 새 사업시행자 ‘대신·우리자산’ 2파전, kyeongin.com
- 뉴시스 – 李대통령 매각한 분당 양지마을 사업시행자 지정, newsis.com
- 이투데이 – 1기 신도시 재건축 ‘지연’ 확산⋯분당·평촌 갈등, 일산은 사업성 발목, e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