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를 사려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매매가 막힌다는 얘기,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단어를 처음 접하면 대부분 이렇게 묻습니다.
“허가를 받아야 산다는 게 무슨 뜻이지?”
답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국가가 특정 지역의 땅을 살 때, 관할 구청의 허가를 먼저 받으라고 못 박아둔 것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 제도가 왜 하필 강남·용산·잠실 같은 곳에, 왜 하필 지금 이렇게 넓게 걸려 있느냐는 것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법적으로는 뭘까
근거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와 제11조입니다.
국토교통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투기적인 거래가 성행하거나
지가가 급격히 오르는 지역,
혹은 그럴 우려가 있는 지역을
5년 이내 기간을 정해 허가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지정된 구역 안의 토지(아파트 부지 포함)를 사고팔려면, 매도인과 매수인이 공동으로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허가 없이 계약하면 어떻게 될까요.
계약 자체가 효력을 잃습니다.
즉 등기 이전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구조입니다.
왜 만들어졌나 — 1979년부터 이어진 투기 방지 장치
토지거래허가제 자체는 새 제도가 아닙니다.
1979년 옛 국토이용관리법에 처음 담긴 이후,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투기를 막는다는 목적으로 오랫동안 쓰여 왔습니다.
2000년대 뉴타운 사업이 본격화되던 시기에도 이 제도가 자주 동원됐습니다.
즉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개발 호재가 있는 곳에 돈이 몰릴 때마다 꺼내 드는 카드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도별로 보는 지정 연혁 — 잠·삼·대·청에서 서울 전역까지
최근 몇 년간의 흐름만 봐도 이 제도가 얼마나 자주, 넓게 쓰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2020년 6월 17일
문재인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
국제교류복합지구와 인근 지역인 강남구 삼성동·청담동·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전체 토지가 허가구역으로 묶였습니다.
이른바 “잠·삼·대·청”의 시작입니다.
2021년 4월
압구정동·여의도동·목동·성수동, 이른바 “압여목성”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추진 단지(약 475만㎡)가 추가로 지정됩니다.
2025년 2월 13일
강남 삼성·대치·청담동과 송파 잠실동이 토허제에서 해제됩니다.
하지만 이 해제는 한 달을 채 넘기지 못했습니다.
2025년 3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전역의 아파트가 다시 허가구역으로 묶입니다.
이때가 처음으로 “구(區) 단위”로 지정된 사례입니다.
그 전까지는 아무리 넓어도 동(洞) 단위를 넘지 않았습니다.
2025년 9월 17일
서울시는 이 지정을 2026년 12월 31일까지 1년 3개월 연장한다고 발표합니다.
2025년 10월 15일
이른바 “10·15 대책”으로 지정 범위가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으로 확대됩니다.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는 별도로 2027년 4월 26일까지 지정이 연장된 상태입니다.
5년 사이 지정 범위가 4개 동에서 서울 전체로 넓어진 셈입니다.

2026년 지금, 어디가 묶여 있나
2026년 8월 20일, 국토교통부는 기존 지정을 재검토해 2026년 8월 26일부터 2027년 8월 25일까지 1년간 다음 지역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공고했습니다.
서울특별시 25개 구 전체입니다.
강남·강동·강북·강서·관악·광진·구로·금천·노원·도봉·동대문·동작·마포·서대문·서초·성동·성북·송파·양천·영등포·용산·은평·종로·중·중랑, 예외 없이 전 지역입니다.
경기도는 23개 시·군입니다.
고양·과천·광명·광주·구리·군포·김포·남양주·부천·성남·수원·시흥·안산·안성·안양·오산·용인·의왕·파주·평택·포천·하남·화성이 포함됩니다.
여기에 인천광역시 8개 구와 제물포구 일부 지역도 함께 묶여 있습니다.
계양·남동·미추홀·부평·연수·서해·검단·영종구, 그리고 제물포구의 옛 원도심 일부 동입니다.
서울·경기·인천을 합친 면적만 7,327㎢에 달합니다.
이번 규제는 주택 전반에 적용됩니다.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이 대상이고, 상가나 일반 토지는 이 규제와 별개입니다.
허가가 필요한 면적 기준도 정해져 있습니다.
주거지역은 6㎡, 상업지역과 공업지역은 15㎡, 녹지지역은 20㎡를 넘으면 허가 대상입니다.
즉 웬만한 주택 매매는 거의 다 이 기준을 넘긴다고 보시면 됩니다.
한 가지 짚어드릴 부분이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이름의 제도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외국인 등의 토지거래허가구역입니다.
이건 서해 접경 도서나 울릉도, 제주 부속섬처럼 안보·접경 성격이 강한 전국 353개 섬을 대상으로, 외국인에게만 허가를 받도록 하는 별개의 제도입니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목적도, 대상자도, 지정 지역도 전혀 다릅니다.
이 시리즈에서 다루는 건 어디까지나 서울·경기·인천의 주택을 대상으로 한 일반 토허제라는 점을 기억해두시면 헷갈리지 않으실 겁니다.
해제는 언제쯤 시작될까
무한정 유지되는 규제는 아닙니다.
다만 2026년 8월 20일 재지정 공고를 보면, 서울·경기·인천 전역을 일단 그대로 1년 더(2027년 8월 25일까지)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즉 대규모 해제보다는 전역 유지를 우선 선택한 상태입니다.
그 이전까지 서울시가 밝혀온 방침은,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시점에 맞춰 2027년까지 총 59곳을 순차적으로 해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2026년에는 39곳이, 2027년에는 10곳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돼 이 시기부터 해제가 검토될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원래 계획이었습니다.
다만 투기 우려가 남아있다고 판단되는 재건축 아파트 14곳은 지금과 같은 지정 상태를 유지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번 재지정으로 전역이 일단 1년 더 묶인 만큼, 실제 해제는 이 방침보다 더 신중하게, 사업 진행 단계를 지켜보며 순차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 실제로 무엇이 달라지는지, 실거주 의무와 갭투자 제한, 그리고 실제로 거래하려면 어떤 절차와 서류가 필요한지는 2편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